복음 사색

은총론

by 후박나무 posted Aug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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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대 초반에 아우구스티노 성인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그의 ‘고백록’을 읽으면서 페이지마다 어렵게 토로하여 밝히는 진실의 힘을 느끼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흔히 대인(大人)들이 그러듯이 무엇을 해도 영향력이 크기에 그도 서방교회에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고 본다. 특히 아우구스티노 주교는 젊었을 때의 자신의 체험에 근거하여 인간은 ‘은총’의 도움 없이는 죄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매우 부정적인 인간관을 가졌었다.

 

뺄라지우스와 은총에 관한 논쟁을 하면서 전자는 사람이 비록 죄를 지어 타락했을지라도 원축복이 있기에 구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데 반해 아우구스티노는 아담의 범죄로 인해 원축복이 거의 무효화되었다고 보았다. 라틴교회는 아우구스티노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후 서방교회의 인간관은 동방교회에 비해 매우 비관적이 되었다. 예를 들어 동방교회에서는 교회밖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 한 반면 서방교회는 매우 편협하게 교회라는 방주 외에 구원은 없다는 태도를 2차 바티칸 공의회 때까지 견지했었다.

 

공의회 이후 타종교를 이해하기 위한 종교 간의 교류와 대화가 활발해졌다. 그 결과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대방의 종교를 이해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의 종교를 깊이 이해하게 했다. 그야말로 “하나만 아는 사람은 하나도 모른다.” 는 말이 맞다. 진리를 찾는 종교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우구스티노의 이 말씀에 동의할 것이다. 『임 위해 우리를 내셨기에 임안에 쉬기까지는 내 영혼이 평안하지 않나이다.』 진리를 찾아 나서는 것, 살아계신 하느님과 맞닥뜨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려운 일이다. 그 두려움을 무릅쓰고 평생 참평안을 얻으려 애썼던 분을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