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죽음의 노래

by 후박나무 posted Sep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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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태풍 링링이 북상하고 있어선지 종일 비가 내렸다. 바람도 습하고…….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6일부터 전국이 본격적인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8일까지 강풍과 호우에 시달릴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지난 여러 해 동안 태풍다운 태풍이 오지를 않았다. 어떤 이들은 태풍이 와서 산과 바다를 한 번씩 뒤집어 놓아야 정화도 된다고들 하드만.

 

무엇이 실마리가 되었는지 어제부터 자꾸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 란 책이 생각난다. 처음 고려원에서 김훈 번역으로 나왔는데 후에 보니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이란 제목으로 다시 나왔더라.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며 체로키 인디언의 생활양식과 지혜를 배우던 작은 나무의 행복한 유년기는 두 분의 죽음으로 끝나고 작은 나무는 서쪽에 있다는 머나먼 인디언의 나라를 찾아 떠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 ‘죽음의 노래’ 였던가…….할아버지와 할머니뿐 아니라 죽음은 정든 개들과도 헤어지게 한다. 죽음은 서산에 지는 노을처럼 장엄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그냥 공허한 마음에 또렷이 지난날들을 새겨 넣어 상실감만 생생케 하는 경험이다. 한 순간 스치듯 영원한 생명을 맛보지 못했더라면 사는 일은 매우 애달픈 일이겠다.

 

요한 복음사가처럼 높이 날아 멀리 본다는 것은, 오늘 예수처럼 일을 시작하면서 희망에만 부풀지 않고 일의 결말까지 볼 수 있는 시야와 지평을 견지하는 것 일게다. 죽음까지, 그리고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