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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7 09:30

예수님과 함께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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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막달레나 (서울)

 

이스라엘 아르벨 절벽을 오르는 도보길 전부가 밀밭이요 겨자꽃(우리나라 유채꽃 같이 노란색)이다. “겨자는 비록 작지만 우거져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튼다.”하신 예수님 말씀이 이런 자연환경에서 나온 말씀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높지 않은 언덕들이 이리저리 보아도 푸른 초원이고 노란 겨자꽃으로 완전히 덮여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예수님의 성격이 선하고 거침없고 온순하고 배려 깊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일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산상수훈 성당에서 신부님께선 예수님께서 “행복하여라”가 아닌 “복 되어라”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하신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아름다운 환경에서 또 예수님 성격으론 더 적극적인 축복의 말씀을 하셨을 것이라고 하신다.

 

베드로 수위권성당에 왔다. 베드로의 배반 눈물에 대한 글을 썼던 일이 생각났다. 예수님을 3번 배반 후 닭 우는 소리를 듣고 나와 슬피 우는 베드로의 모습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당신 자녀들과 교회를 부탁하시면서 성령으로 안수해 주시는 동상이 있어 카메라를 들이댔다. 성당 근처 갈릴리아 호수는 바다만큼이나 컸다. 큰 물결이 다가와 호숫가에 부딪혀 파도를 만들어 냈다. 외국 신자들이 물병에 호수 물을 담길래 나도 생수통에 담았다. 예수님께서 주로 활동하시던 갈릴리아 호수를 마음에 담아 두기엔 부족하다 싶었다. 근처에는 외국인들이 모여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황 신부님 유 튜브 찍으시면서 “한국 사람들은 사진 찍느라고 정신없는데 외국인들은 기도 한다”며 우리들의 잘못됨을 꾸짖는데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병이어 성당은 베네딕도회에서 운영한단다. 대부분 성지는 프란치스코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가이드는 오병이어 기적을 나눔에 중점을 두고 해설했다. 교황청에서는 나눔이 아니라 예수님의 기적이라고 가르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러주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막달레나 마리아 발굴터 옆 선상교회에서 미사를 드렸다. 거의 2천년을 30cm의 두께를 캐보지 못해서 발굴하지 못했단다. 우리 마음도 30cm를 쳐내고 보물을 가꾸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신다.

 

며칠 순례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인데 묵상 없는 순례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혼자 와야 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나라도 더 알려 주시려는 신부님 뒤를 많은 신자가 귀를 쫑긋 세우고 존경과 감사의 눈으로 무리를 지어 따라다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예수님을 따랐던 무수한 사람들의 표정, 행동, 눈모습도 저랬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 오병이어 기적은 측은하고 가엾은 수많은 무리를 위한 사랑의 기적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신부님께 우리들의 신부님 따라다님을 보고, 예수님을 따르던 수많은 사람을 생각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예수님 제자가 다 되었다며 웃으셨다. 어느 나라 학생들인지 모르지만 손으로 활대를 만들어 우릴 통과시켰다. 이게 여행의 진미이다 싶다. 이건 또 뭔 축복인가? 프란치스코회 신부님 20여 분과 인사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축복도 함께 했다. 갈릴레이호수 배 위에서 난 또 눈물을 흘렸다. 침묵 중에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예수님께서 변모하셨던 타볼 산에 오른다.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를 뿌린다. 바람도 만만치 않게 불더니 곧 햇살을 내비친다. 이곳 날씨는 하루에 16번 이상 변한다고 했다. 순례자들이 많아서 한참 후에 셔틀버스를 타고 성당에 도착했다. 산 정상 꼭대기에 예수님 변모성당은 아름다웠고 특히 성당 중앙에 있는 변모벽화는 빨려들 듯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미사 중에 눈물이 나왔다. 끊임없는 눈물을 애써 닦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이후로 어떻게 변해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예수님이 계시던 곳에 내가 있고 예수님께서 걸으시던 길을 걷고 있고 예수님께서 변모하신 이곳에 있다는 은혜로움이 눈물을 흘리게도 하고 가슴을 마구 뛰게도 했다.

 

드디어 겟세마니 성당에서의 미사다. 많은 사람 때문에 앞에서 밀렸다. 어떻게 해서라도 예수님 제대 앞자리를 잡으려 애썼다. 황 신부님 미사 집전이다. 창미사가 넓고 웅장한 성전에 울려 퍼졌다. 한없이 작아지는 나는 제대 앞 벽화에 꽂혔다. 벽화 속 예수님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똑바로 똑똑히 확인하려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예수님께서 날 바라보고 계셨다. 눈물이 자꾸 흘러내렸다. 자비로운 사랑으로 바라봐 주시는 예수님의 시선을 겟세마니 성전벽화, 피땀 흘리시며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벽화에서 사랑과 위로의 시선을 보았다, 그동안의 나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동안의 나의 수고와 괴로움을 위로로 치유해 주시고 ‘내가 너를 사랑하니 너도 사랑하라’고 하신다. ‘네가 있는 곳에 내가 있으니 방황하지 말고 나를 찾으라’ 하신다. 은혜의 도가니 속에 미사가 끝난다. 겟세마니 성전은 나에게 정말 특별한 곳이다. 난 예수님의 시선을 가슴 깊이 새겼다. 난 예수님의 사랑스런 제자 막달레나와 같은 제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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