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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3 21:28

대게와 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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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데레사 (부산)

 

 

딩동 딩동~~~ 택배입니다!  무얼까?  문을 여니 커다란 상자에서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냄새가 솔솔!  대게다.

 

얼마 전 남편이 회사 동료들과 포항에 대게를 먹으러 갔는데, 아주 싸고 맛있었다고 하였다. 언제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바로 대게를 택배로 공수해 온 것이다. 저녁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와서 택배가 왔는지 묻더니, 저녁에 집에 손님들이 올 거라고 한다. 박스 안 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게가 아주 예쁘게 누워 있다. 학교에 다녀와서 피곤한 몸을 쉬고 싶었지만 집에 손님들이 온다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밀려있는 빨래와 청소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시작하였다. 저녁 시간이 되자 성당에서 친하게 지내는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어느새 우리 집은 어른들과 아이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상 앞에 둘러앉아 있고, 남편은 대게 몸통에서 다리를 분리하고, 게딱지를 뜯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주 즐거워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발라 주는 통통한 다리 살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고 , 긁어모아 놓은 게장에 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늦은 밤, 모두 돌아가고 청소,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새벽 1시가 넘는다. 너무 피곤하였지만 맛있다고 대게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배가 대게 등딱지처럼 볼록하다.

 

직장 근무지가 자주 바뀌어서 남편은 많은 지역을 돌아 다녔기에 주말부부를 자주 하였다. 제천에서 근무를 할 때, 집에 내려오면서 서해안 꽃게를 사온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에도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놓은 상태였다. 선명한 색깔의 꽃게는 톳 밥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며! 큰일 났다. 나는 꽃게 손질을 못하는데.... 다른 가사 일에는 손도 대지 않는 남편이 큰 솥을 들고 와서 꽃게를 찌고, 초대한 많은 이들을 위해 손질을 하고 있다.

 

대게 철이면, 꽃게 철이면, 배달되어 오는 수많은 박스들, 정신없이 찾아오는 손님들, 나는 점차 지쳐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맛있었던 게 냄새만 맡아도, 모습만 보아도 속이 울렁거리고 멀미가 나려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게를 전혀 먹지 않는다. 허지만 바다가재는 아주 만나게 먹고 있다. 이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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