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by 후박나무 posted Dec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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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일 날도 따뜻했고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불면증이 심해졌다. 허긴 그러니까 병이지! 잠깐 잠이 들었다가도 1시나 2시에 깨어 날을 새니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다른 형제들과 함께 성무일도와 미사를 드리는 동안에는 고요한 분위기를 흩뜨리지 않아야 하기에 근래에 와서는 성무일도를 따로 하기로 했다. 성무일도에 이어 미사까지 참석하기에는 온 몸이 오그라들며 굳어지는 아픔을 견디기 힘들다. 이렇게 자연스레 공동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지며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종국에는 요양원 신세를 지겠지.

 

삼손의 이야기를 읽으며 스님들의 삭발과는 정반대의 현상을 본다. 스님들은 입산할 때 삭발을 하며 속세의 연을 끊는 의미가 강한 것 같다. 1972년 이전 가톨릭 성직자나 수도회 입회자도 부분 삭발을 했다고 한다. 요즈음에도 왕왕 정치판에서 자신들의 주장의 진정성을 비장하게 호소하기 위해 삭발식을 한다. 물론 대부분은 자신들도 믿지 않는 쇼이긴 하다.

 

이런 현상을 보면 깍던 기르던 머리카락은 한 사람의 아이덴터티나 카리스마를 형성하는 주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