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놈

by 후박나무 posted Jul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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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찌푸린 하늘에 낮게 드리운 구름, 시도 때도 없이 간간이 쏟아지는 비로 불쾌지수가 상당한 장마철이다. 이런 끈적끈적한 날씨가 계속되다가도 오늘 아침처럼 잠깐이나마 눈이 부시게 해가 나는 날도 있다. 상쾌한 날씨에 힘입어 오랜만에 우이령에 오를 생각을 하다. 우이령을 마지막으로 오른지 한 달이 넘은 듯한데, 느낌에 그동안 길이 약간 좁아진 듯하다. 아마도 자연이 자신의 몫을 다시금 주장하며 풀들이 영토를 넓혀서 일게다.

올 들어 처음 연보랏빛 벌개미취를 보다. 장마 중에 날이 들어 비에 씻긴 산이 유달리 눈부신데다 연보라색 벌개미취까지 무더기로 피어 이른 가을을 느끼게 한다. 주자도 그의 시 우성에서 “연못가에 돋아난 풀은 아직 봄꿈이 한 참인데, 계단 앞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을 알린다. 하지 않았던가.

 

무식한 놈

 

■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絶交다!

 

오늘 우이령을 오가며 일일시호일과 결부하여 이사야 예언자의 권고를 되뇌다.

 

이사야 43:18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마라.

 

개나 소나 모두가 다 희망하고,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실망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