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주객전도(主客顚倒)

by 후박나무 posted Jun 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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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머언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해마다 1월이면 눈 덮인 설악을 오르던 때도 있었다.  용대리에서 하차하여 백담계곡을 따라 대청에 이어지는 그 산행 길에 백미는 백담 산장이나 수렴동 대피소에서의 1박 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든 것으로 이뤄진 세계와 그 너머  비교적 사람의 손이 덜 탄 자연세계 사이의 경계지역, 경계시간이 좋았다.

 

갈수록 삶이 이뤄지는 영역이 사람과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환경으로 축소되다보니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그 너머의 세계를 갈구하는 것 같다.  반려동물 전문 채널, 등산인구의 폭증이나 트레킹 붐, 과도한 레저 강조등은 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우리 삶에 결핍된 것을 채우려는 몸짓인 듯하다.

 

종교의 세계에서도 근간은, 드러나면서도 감추어진 신비인데 그 영역은 자꾸 축소되고 합리적인 설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후자의 진술들은 말하자면 먼저 신비를 체험하고 사후에 이어지는 2차적인 것인데, 본체험이 없으니 주객이 전도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