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Et hoc transibit / This, too, sha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by 후박나무 posted Nov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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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포항의 지진소식과 수능시험연기로 종일 부산하고 어수선 했다. 어지러운 世態 속에서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을 다스릴 좌우명 하나 정도는 필요할 것 같다. “Et hoc transibit / This, too, sha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도 그중 하나다. 자만에 대한 경고와, 좌절에 대한 격려 두 가지를 동시에 북돋아주는 격언이다. 중용이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이 아니듯, 無常하게 變遷하는 현상세계 속에서 양극단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지진에도 변치 않는 地盤이 있어야한다. 그런 지반위에 선 사람만이 의미 있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세월이 이리 흘렀는지 지금은 수십 년 전 대학생 때의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또렷한 체험이 있다. 그리스 정교 신학용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창조되지 않은 빛” 에 대한 체험이다. 일상에서 보고 체험하는 빛이 창조된 빛이라면, 창조되지 않은 빛은 어느 면에서 존재자체인 빛으로서 어둡게 빛나는 밝은 빛, 날카롭게 꿰뚫는 부드러운 빛, 차가우나 따뜻한 빛등 인간의 언어로는 온갖 형용모순을 피할 수 없는 빛이다. 그 빛앞에 선 나의 존재는 여기저기 구멍이 난 걸레처럼 헤어져 있었다. 나의 몸중 진실하게 살았던 부분만이 존재가 있었고 그렇지 않았던 지체들은 존재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 진실하게 살았던 부분에 대한 이해가 소승 불교적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대승 불교적이 된 것뿐.

 

원(願)이 자기 한 몸에 그치지 않고 오늘 하루도 살아있는 모든 것이 행복하기를, 더 나아가 이 땅위에 살았던 모든 생명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삶이 진실한 삶이라는 내적태도 말이다. 십자가 아래에서 바치는 기도와 통렌기도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