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가상현실

by 후박나무 posted Feb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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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나는 이런 현상들을 본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언어를 기피하고 마사지한 결과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사람과 환경을 만들어놓고 애초 그가 질수도 없는 짐을 지우고, 못 진다고 비난을 퍼부으며 개선을 외치는 형국 말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과 있어보지도 않은 환경을 개선하여 새사람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자?

 

젊은 날,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으며 페이지마다 진솔하게 고백하는 그 용기에 감명을 받았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그 후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쓰려는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다. 그만큼 자기합리화 없이 진실을 쓸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우구스티누스는 타볼 산의 예수님처럼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누구든 그 삶이 지극해질 때 하늘에 가닿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 각자는 자신의 처지에 맞게 영감을 받는다. 음악가는 아름다운 테마로, 조각가는 형상이나 이미지로…….타볼 산의 예수도 그 순간 자신이 살아온 삶 그리고 살아가야 할 삶의 의미와 방향을 받았을 것이다.

 

금강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일체의 있다고 하는 것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으며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 이 말씀은 제행무상이란 관점에서도 그렇거니와, 현대인들의 언어습관을 통해서 더욱 심화된다. 적지 않은 현대인들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게 적절히 포장되어 두리뭉실하게 만든 가상현실을 만들어내고 그 환경 속에서 산다. 적나라한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아서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