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Vision!

by 후박나무 posted Apr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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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탈출한 노예들은 모세와 그 일당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을 것이다. 개인 혹은 여러 집단이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하기도 하고 더러는 성공도 했었겠지만, 모세일행의 이야기만이 오늘까지 전해진다. 그밖의 사건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는 사막의 모래에 덮여 사라지고 말았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든 것일까?

 

이 차이는 자신들이 겪은 체험에 대한 해석에 기인한다. 그 해석의 유용성이 일일이 카피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국 사라지고 만다. Proverbs 29:18 King James Version (KJV)

18 Where there is no vision, the people perish: but he that keepeth the law, happy is he. 비전이 없는 곳에서 사람들은 시들어 사라진다. 모세와 그 일당의 자기체험에 대한 해석은 단지 한 개인이나 집단이 노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게 되었다는 근시안적 비전이 아니라, 언제 어느 시대 누구라도 인간답게 살고자 한다면 그를 돕는 우주적 힘이 있음을 체득하고, 거기에 미래를 걸어야한다는 심원한 교훈을 창조적으로 추출해낼 수 있었다는데 있다.  그것은 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으므로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전승되며, 그때마다 재해석 되었다.

 

출애굽의 하느님을 만난 사람은 히브리인 전부가 아니라, 모세를 따라 나섰던 사람들에게 국한된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몰려서야만 불가능을 향해 절망적으로라도 전진하고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 신약성서의 부활체험은 구약성서의 엑서더스 체험의 심화며 내면화다. 예수를 따라 나름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체득하게 되는 무력감, 좌절, 무의미의 빈 무덤과 직면 하게 된다. 이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밑바닥에서 생각지도 못하던 다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약성서의 부활사화는 이런 제자들의 다양한 엑서더스 체험을 소개한다. 우리들 각자는 나름의 노예생활과 그 결과물인 질곡이 만들어낸 절망, 가슴 조리던 탈출시도와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삶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지 아니한가? 부활신앙이란 그런 기억을 근간으로 하기에 멀리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