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by 후박나무 posted May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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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떠도는 우스갯말 중에 평생 3여인의 말만 잘 들어도 신관이 편하다고 하더니……. 어려서는 어머니, 결혼해서는 아내, 마지막으로 네비의 아주머니 말씀^^ 수녀님과 아는 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주치의를 아산병원의 선생님으로 바꾸었더니 병세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수면제 없이도 잠을 잘 수 있어 한결 몸의 상태가 가벼워졌다.

 

많은 사람들에겐 연중 제일 좋은 시절이라지만 내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5월이 오기전 어제 부모님께 다녀오다. 남의 집에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게 아니라던가. 잠언에도 주님 앞에 나아올 때 빈손으로 오지 말라는 말씀이 있어, 이번에는 나름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하였다. 수도회에 입회한 후 이렇게 저렇게 출판하게 된 책 17권을 보자기에 싸들고 가다.

 

책들의 면면을 출판 순서대로 살펴보니 수도회에 입회한 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흐릿하던 역사가 책을 만들며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생생하게 살아난다. 청원기때 ‘울려 퍼지는 고난의 신비’, 수련자때 라미라스의 ‘십자가의 성. 바오로’, 새신부로서 삼양동 달동네 교우들을 위해 옮긴 ‘마르코가 전하는 수난사화’, 한번 쓰셨다하면 논문한편 길이의 회람을 써 보낸 호세 오르베고죠 총장이 12년 동안 보낸 서큘러 레터 전부와 총회문서들, 부제들의 영성신학 교재로 그 덥던 광주 수도원에서 8월 한 달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번갯불에 콩굽듯 펴낸 ‘시편기도의 유형’, 아파트 공사와 분도수녀원 유치원 공사의 소음을 피해 골롬반 수도원에서 작업한 ‘영적지도’, 관구장직을 수행하면서 틈틈이 번역해 완간한 ‘복음사가에 의한 수난사화’ 시리즈 4권등, 직접 쓰거나 마음에 와 닿는 영성관련 논문을 번역하여 묶은 ‘마음에 이르는 길’, 젬마 성녀 자서전과 에세이집, 성지순례기등…….

 

“역,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易,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사물의 이치가 궁극에 달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지속한다고 했는데, 병이 난걸 보니 개인적으로도 하나의 삶의 양식이 궁극에 달했다는 표징인 듯하다. 변화란 노심초사하며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오는 것. 창밖을 내다보며 무엇을 기다리는 듯 한 세한도의 중늙은이가 떠오른다.

 

https://youtu.be/hh2hBkmAQ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