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존재가치

by 후박나무 posted May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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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이다. 각박한 우리 현실이 조금 더 불국토로 변화되기를 불자들과 함께 바란다.

 

어머니의 묘지는 1988년 광탄의 공원묘역으로 이장 하기 전엔 마석의 선산에 계셨다. 아무래도 2000년 아버님과 합장하기 전에는 마석이나 광탄을 자주 찾았었는데, 합장한 후에는 홀로 계시지 않아 마음이 놓이는지 기일이나 설날, 추석 정도에만 가는 편이다. 몇 일전 기일엔 꽃나무도 심고 세련된 어머니의 격에 맞춰 막걸리대신 포도주를 올리고 오다.

 

오늘 복음에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 는 예수님의 물음이 있는데, 이 대목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대학생 시절 봄이 가고 막 여름이 시작되어 신작로의 햇볕이 따가울 때 혼자 어머니 산소를 찾았다가 마석역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날도 덥고 기차시간도 여유가 있어 역 근처의 선술집에 들어가 막걸리를 청하게 되었다. 재미없게 혼자서 마시니 주모격의 아주머니가 심심찮게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 중 지금껏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남자들은 지 잘난체하는 맛으로 술을 마신다” 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잘난 체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며 살 수 밖에 없던 사람이 술기운을 빌어 강변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예수님이 제시하는 지도자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타인이나 외부의 직책에 의지하지 않는, 어느 정도 자기충족적인 인물이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