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성.유스티노 순교자 기념

by 후박나무 posted Jun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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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문제로 한동안 방문치 못했던 청주 고난회 관상수녀님들을 만나고 어제 광주로 왔다. 광주 명상의 집과 수도원도 3년 만에 오니 정원의 나무도 울창해 지고 수도원 현관의 비밀번호도 바뀌어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한다.

 

6월 첫날 아침 홀로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미사를 드리며, 장미를 좋아하시던 박도세 신부님과의 인연을 회상하다.

 

38년 전 3월이던가. 4월의 어느 날 명상의 집에서 처음 박 신부님을 만났다. 그날 박 신부님이 강요하다시피 저녁을 권하지 않았다면 예수고난회와의 인연은 없었을 것이다. 저녁 식사 후 면담을 하면서 납자(衲子)의 눈에서나 볼 수 있는 푸른 기운의 눈을 보고 “이 사람이라면 나를 지도해줄 수 있겠다” 라는 신뢰가 생겼다. 그 신뢰는 혜화동 본당신부님이셨던 박 귀훈 요한 신부님을 처음 만났을 때 갖게 되었던 신뢰와 동일하였다. “믿습니다!” 하고 외친다고 믿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무엇이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

 

함께 살았던 나날을 곰곰이 돌아보면 박 도세 신부님은 나에게 고난회 신학생들의 주보성인인 가브리엘 뽀센티 의 역할을 기대하셨던 것 같다. 그러시기에 수련을 마치고 첫 허원을 할 때 수도명을 가브리엘로 하라고 성화도 하시고.

 

박 신부님의 기대에는 못 미쳤겠지만 나름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6월을 시작하는 첫 날은 언제나 유스티노 신부님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