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데카메론

by 후박나무 posted Jun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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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수도원을 나와 우치공원과 인근의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오다. 광주 공동체로부터 7시 미사를 부탁받아 아침시간이 갑자기 늘어났다. 오랜만에 멀리서나마 무등산과 그 옆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걸었다.

 

낯설고 물 설던 광주에 와서 처음 보던 무등산과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던 양동시장 할머니들의 사투리^^ 당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혼자 혈압을 올리던 할머니들의 넋두리…….성사를 보러온 할머니들은 자주 이 소리를 하셨다. “사는 게 죄지요…….” 이제는 그런 말씀에 토를 달지 않고 공감할 정도로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 재수가 없어서인지 거의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이 하는 떳떳치 못한 일을 하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에는 삶의 지혜와 통찰이 번득여 한번 읽으면 잊을 수 없는 문장들이 많이도 나온다. 그중 오늘 성서본문과 결부되어 떠오르는 문장은 “감추어진 죄는 이미 반은 용서받은 죄다”    레너드 코헨의 ‘세상 모든 것에는 금이 있다.  그리고 빛은 그 금을 통해 스며든다. 는 통찰과 함께 보카치오의 말은 그리 깨끗하지도, 당당치도 못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영위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