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예수성심 대축일

by 후박나무 posted Jun 08,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은 예수성심 대축일이자 사제성화의 날이다. 언어는 과연 존재의 집이라서,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특성이 부각되고 존재도 한계를 갖는다. 예를 들어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신앙생활의 목표를 일반적으로 聖化라 일컫는데 반해 동방교회에서는 神化라 하므로 좀 더 신비적인 빛깔을 더한다. 그것은 아시아인에게 자연스러운 道心이란 말과 서구유럽인에게 익숙한 聖心의 차이와 비슷하다.

 

왕직, 예언직, 특히 사제직에 참여하는 크리스천으로서 누구나 샤르댕 신부의 기도를 자신의 기도로 바칠 수 있다.

 

“주님, 이번에는 앤(Aisne) 숲 속이 아니라 아시아의 대초원 안에 들어와 있지만, 또다시 저는 빵도 포도주도 제단도 없이 이렇게 서서, 그 모든 상징들을 뛰어넘어 장엄하게 펼쳐져 있는 순수 실재를 향해 저 자신을 들어 올리려 합니다.

 

당신의 사제로서, 저는 온 땅덩이를 제단으로 삼고, 그 위에 세상의 온갖 노동과 수고를 당신께 봉헌하겠습니다.

 

저쪽 지평선에서는 이제 막 솟아오른 태양이 동쪽 하늘 끝자락을 비추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불이 찬란한 빛을 내며 떠오르면, 그 아래 살아 있는 땅의 표면은 다시 한 번 잠에서 깨어나 몸을 떨며 또다시 그 두려운 노동을 시작합니다.

 

오 하느님, 저는 새로운 노력이 이루어 낼 소출들을 저의 이 성반(聖盤)에 담겠습니다. 또 오늘 하루 이 땅이 산출해 낼 열매들에서 짜낼 액즙을 이 성작(聖爵)에 담겠습니다....중략.. “

 

나는 몇 번이나 이렇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제정신으로 사제직을 수행하였을까? 의식을 고양시키고 제 정신으로 깨어있고자 하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사람 수 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다.

 

사제성화의 날 이른 아침, 나에게 “오래된 미래” 인 심재(心齋), 좌망(坐忘), 조철(朝澈)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