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The Last Rose Of Summer“

by 후박나무 posted Jun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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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장미를 좋아하시던 박 도세 유스티노 신부님의 본명축일로 시작한 장미의 달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아직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논할 때는 아니지만 마음의 계절은 그러하다.

 

"The Last Rose Of Summer“

https://youtu.be/6gkgil1j0N8

 

 

'Tis the last rose of summer left blooming alone

All her lovely companions are faded and gone

No flower of her kindred, no rosebud is nigh

To reflect back her blushes and give sigh for sigh

 

I'll not leave thee, thou lone one, to pine on the stem

Since the lovely are sleeping, go sleep thou with them

Thus kindly I scatter thy leaves o'er the bed

Where thy mates of the garden lie scentless and dead

 

So soon may I follow when friendships decay

And from love's shining circle the gems drop away

When true hearts lie withered and fond ones are flown

Oh who would inhabit this bleak world alone?

This bleak world alone

 

마지막 여름 장미

 

-토머스 무어

 

여름의 마지막 장미

홀로 남아 피어 있네.

예쁜 친구들 모두

시들어 사라지고

이젠 꽃 친척들도 없고

꽃봉오리 하나도 없어서,

수줍은 얼굴 보여줄 수 없고

살랑대며 속삭일 수도 없구나

 

고독한 장미야, 그대 홀로 남아

가지위에서 한탄케는 않으리라

아름다운 꽃들 잠자고 있으니

가서 그들과 함께 잠들어라

그래... 너의 꽃 잎파리들

친구들 위에 고이 뿌려 주리라

향기 없이 누워 잠들어 있는

정원의 침상 위에...

 

 

머잖아 나 또한 가리니,

우정이 끝나고,

화려한 사랑의 반지에

보석들 떨어져 나가고,

진정한 사랑 죽어 묻히고,

좋은 것 모두 사라져 버리면,

아! 이 쓸쓸한 세상에 누가

혼자 남아 살 것인가?

 

생명을 지닌 것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무상함과 삭막함 쓸쓸함이 시의 행간에서 진하게 베어 나온다.

 

오늘은 고난회 고유로 통고의 성모님 신심미사였는데, 복음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요한을 아들로 성모님을 어머니로 맺어주는 요한복음 이었다. 십자가 아래에서 벌어지는 이 장면에는 분명 삶이란 이렇듯 허무하고 살벌한 것이라는 통속성을 너머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넘어서 하나가 되는 관상기도의 영역에서 체득한 것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기도하면서 거듭거듭 체험하지만, 맛을 볼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이 체험을 노만 맥클레인은 그의 자전적 소설 “ A River runs through it(강물 속으로 강은 흐르고)” 의 마지막에 훌륭하게 형상화 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들도, 사랑하던 사람들도, 동생도 아내도 다 가고 홀로 남은 노만 맥클레인은 몬태나의 대자연, 빅블랙풋강에서 플라이 낚시를 한다.

 

“어둠이 내려 어슴푸레해지기 시작한 계곡에서 홀로 낚시를 하고 있노라면 모든 존재, 내 영혼과 기억, 강이 흐르는 소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마음,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존재와 기억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온다. 그때 나는 강이 되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