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용기와 열정”

by 후박나무 posted Jul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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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내리는 장맛비로 온 산이 물에 잠긴 듯하다. 계곡마다 넘쳐나는 세찬 물소리를 들으며 숲에 내리는 빗속을 조금만 걸어도 洗心이 저절로 되는듯하다. 한국에선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마음을 맑게 한다는 피세정념(避世淨念)을 줄여 피정이라 하는데 일본에서는 같은 뜻으로 세심을 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세심이나 피정의 목적이 마음에 티끌하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레너드 코헨의 노랫말처럼, 자신의 삶에 수없이 많은 금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 금을 통해 빛이 들어옴도 깨달아 불화하던 세상과 이웃과 또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토요일까지의 예비총회를 위해 형제들이 모두 우이동에 모였다. 이번 총회의 모토는 “용기와 열정” 이 선정 되었다. 오늘 복음에 예수는 “제비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고, 여우도 굴이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둘 곳 조차 없다” 하셨지만 사람은 낙이 있어야 사는 법, 예수님도 나름의 낙이 있었을 것이다. 나름의 양식이 있었듯이: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고 그분의 일을 완성하는 것이 내 양식이다. “

 

수도생활에 매력을 느끼고 지금껏 지속하게 하는 나의 낙은 이사야 50:4 이다. “주 야훼께서 나에게 말솜씨를 익혀주시며 고달픈 자를 격려할 줄 알게 다정한 말을 가르쳐주신다. 아침마다 내 귀를 일깨워주시어 배우는 마음으로 듣게 하신다.” 예레미야처럼 그 말씀이 꿀 송이 보다 달기에 새벽부터 일어나 성당에 가고, 바늘방석에 앉은 듯 고통스러웠던 하루 8시간의 좌선을 한 달간 배우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몸도 전과 같지 않으니 선호하던 기도방식도 변한다. 자주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굳고 오그라드니, 부득이 걷기명상이나 生活禪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