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고"

by 후박나무 posted Dec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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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사히 KTX로 송정리에 내려 연계된 광주행 무궁화호를 타고 광주에 오다. 발병 후 어디 다니지도 않았지만 광주는 더 오랜만이다. 관구총회가 아니라면 이번에도 건너 뛰었을 것이다. 새벽에 성당에 들어가 인사를 하니 감실 위 액자속의 “苦” 자가 눈에 성큼 들어온다. 苦자를 보는 순간 마치 둑이라도 무너진냥, 부제로서 처음 이 성당에서 예비자 피정지도를 하던 기억이 쓰나미처럼 나를 휩쓸고 지나가는 것 같다. 부제때라....적어도 40년은 묵은 이야기네! 학정선생이 쓴 苦 자는 마치 역도선수가 앉은 자세로 역기를 양어깨에 메고 이리어나려는 그림과 같다. 양쪽의 역기위에는 山이 하나씩 얹어져 있고...

 

글자 자체만 보아도 삶의 수고로움과 괴로움 고달픔이 전해져 온다. 액자의 좌, 우 에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라” 는 말씀이 적혀있다. 당시 부제로서 아마 “苦” 에 대해 무슨말을 했겠지. 그리고 그것은 내가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을테고.

 

그러고는 40여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서로 달라 보이는 많은 일을 겪고, 많은 말을 한 것 같지만 사실 “苦” 한 자의 의미와 예수님의 초대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것은 아니었다. 학정선생은 苦 한 글자를 쓰는데 5분밖에 안 걸리겠지만 그 5분은 50년이란 세월위에 놓여져있다. 고난회원의 고에 대한 이야기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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