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가지않은 길

by 후박나무 posted Jan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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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이 부러 멀리서 나를 보러 이 우이동 구석까지 찾아왔다. 잊지 않고 일 년에 서너 번씩 일부러 자리를 마련하니 미안하고도 고맙다. 요즈음 친구들의 화제는 사위나 며느리이야기 그리고 손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물론 나는 그동안 투명인간이 되고!

 

친구들이 대견하게 이야기하던 손자, 손녀에 대한 대화의 잔상 때문일까? 오늘 우이령을 오르다보니 그 옛날 81년 4월의 어느 날 친구가 가르쳐준 약도를 보며 그린파크에서 명상의 집을 찾아가던 그 젊은이가 지금 내 곁에 동행 하는 것 같았다. 삐쩍 마른 몸매에 눈만 유난히 커 우수에 잠긴 듯 한 얼굴,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한 인상의 젊은이에게 물었다. 무엇을 찾아 명상의 집에 가는가? 그래 명상의 집에서 찾던 것은 찾았는가?

 

그 날 명상의 집에서 박 도세 신부님과 인연이 닿아 고난회 수도자로 살게 되고 살아오면서 겪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실타래에서 실 풀리듯 흘러나온다. 그 젊은이의 행보는 오랫동안 명상의 집에 멈췄었다가 이제 명상의 집에서부터 새로운 길 우이령을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다. 어쩌면 프르스트나 우리들 모두가 하나의 길을 선택한 결과로 포기했던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아들 뻘이지만 이 젊은이도 세월이 더 흐르면 손자같이 되겠지! 어느 때부터는 둘이 하나가 되어 평화롭게 걷게 될 거야! 세상은 더도 덜도 없이 내가 변한 만큼만 변하는 법이니, 자기 자신과 평화를 이룩한 사람들이 세상의 불화를 치유할 수 있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