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삼인성호(三人成虎)

by 후박나무 posted Jan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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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푸코의 진자” 중 암에 걸린 디오탈레비를 통해 “말씀”을 대하는 랍비들의 경건한 태도를 소개했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융 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동시성(同時性)의 원리(原理)” 라고 하겠다.

 

엊그제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삼인성호(三人成虎) - 세 사람이 말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 ― 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어떻게 현실화 되는지 또 그 결과 얼마나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葛藤)을 양산하여 사회를 분열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보여주듯, 솥뚜껑을 자라로 인식하는 순간 그는 진실은 아니지만 그 사람에겐 현실인 세상을 창조하고 그 안에 갇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리도 혼란스러운 것은 각자의 망상이 창조한 왜곡된 현실이 중첩(重疊)되어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바벨탑 이야기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하느님을 볼 수 있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있는 것 보고, 없는 것 못 보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자기가 누군지,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아는 세자 요한은 망상으로 흐려져 왜곡된 세상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담담히 선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