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Quantum leap-양자도약

by 후박나무 posted Jan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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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사야서와 요한복음을 읽으며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몇 대목이 떠오르다. 바빌로니아로 잡혀갔던 동포들의 귀환을 제2의 Exodus 로 여기며 대단히 화려하고 웅장한 귀환으로 묘사하던 제 2 이사야.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을 뿐더라 초라하기까지 하였다. 그가 묘사한 것은 과거나 현실에 갇힌 실재만이 아닌 미래까지 포함된 지금 여기였을 것이다. 그러한 비전이 없다면 붓을 들지도 않았을 터…….

 

“그게 그렇게 대단했던가? 묘사된 들판은 원래의 초록빛보다 더 푸르다. 페소아가 쓴 이 문장은, 플로렌스와 그가 결혼 생활을 하며 겪은 일 가운데 가장 예리한 기억을 남겼다.”

 

같은 책에서 다음의 인용은 어떤가?

“소리 없는 우아함, 익숙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 격렬한 내적 동요를 동반하는 요란하고 시끄러운 드라마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류다. 이런 생각은 술 취한 저널리스트와 요란하게 눈길을 끌려는 영화제작자, 혹은 머리에 황색 기사 정도만 들어 있는 작가들이 만들어낸 유치한 동화일 뿐이다. 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이런 경험은 폭음이나 불꽃이나 화산 폭발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서 경험을 하는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빛과 멜로디를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이 아름다운 무음에 특별한 우아함이 있다.”

 

물질의 근본인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에선 원자핵 주위의 일정한 궤도를 돌고 있다고 생각되던 전자는 한순간 ‘양자 진공’ 속으로 사라져버렸다가 이어지는 궤적 없이 다른 궤도로 점프하여 출현한다. 이렇듯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사람을 변화시키는 말씀은, 적멸(寂滅) 속에서 비로소 존재를 드러내며, 텅 빈 충만함에서 비롯된다. 그것을 영감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적멸 속에서, 텅 빈 충만한 상태에서 들은 말씀은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시켜 새로이 창조하는 힘이 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그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