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교회의 주도권

by 후박나무 posted May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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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노교수가 마지막으로 가르치는 건 ‘기억나는 것’ 뿐이라 하더니, 요즈음 나의 글쓰기가 그렇다. 무슨 책의 어디에 그 내용이 있는 것은 알지만 내 책은 거의 전부 양양수도원 도서관에 두고 왔기에 확인은 못하고 기억에만 의존해 쓴다.

 

요한복음과 짝을 이룬 독서로 우리는 요즈음 사도행전을 읽고 있다. 오늘 독서는 그 유명한 예루살렘 공의회에 대한 언급이다. 교회사에서 최초의 공식회의라고 볼 수 있는 회의는 기원 후 49~50년에 예루살렘에서 개최된 사도회의(使徒會議)이다(사도 15:1-29). 초대 교회에서 유대인 신자들이 모든 그리스도 교인은 구약의 율법을 그대로 준수해야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큰 논쟁이 일어났고, 이 논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도들과 원로들이 예루살렘에 모여서 이방인 그리스도 교인들에게 구약의 교리는 받아들이지만 율법의 규정은 부과하지 않기로 결의하였던 것이다.

 

독일 예수회원이었던 카알 라너는 교회사를 3시기로 나누며 교회의 미래에 대해 의미심장한 전망을 한 바 있다. 카알 라너의 글은 캐럴 스튀밀러와 도널드 시니어 신부(두 분 모두 고난회원) 가 공동 저술한 “Foundation for Biblical Mission” 의 서문에 인용된 것으로 보았다.

 

기억에 의존하여 간략히 정리하면 카알 라너는 교회사를 크게 세 시대로 구분했다.

1.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성령이 오시어 교회가 시작된 때부터 예루살렘 공의회 개최(49년) 되기까지

 

2. 예루살렘 공의회부터 (50년) 제 2차 바티칸 공의회(1965) 까지

 

3. 바티칸 공의회 이후

 

카알 라너의 주장에 의하면 교회사의 제 1기는 예수님 사후 AD 49년까지의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고 유대인들이 교회의 주도권을 잡았던 시기이다. 다 알다시피 유대인들은 자신들에게 매우 익숙하던 관습과 율법까지 그리스도의 가르침인양 이방인 개종자들에게 강요하였고 이 문제에 대해 혼란이 생겨 새로이 정리할 필요가 있어 공의회가 개최된 것이다.

 

라너가 주장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유대인들이 교회의 주도권을 잡았던 기간은 겨우 20년 안팎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혼란이 있었다. 그 후 교회의 주도권은 이방인 그리스도교인(그레꼬 로망 사회) 들에게 넘어갔고 그 후 1900 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 이 긴 시간 교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레꼬 로망사회에서나 타당한 문화나 관습까지 그리스도의 가르침인양 타민족들에게 강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의 주도권이 제3 세계로 바뀌고 있는 이즈음 상당한 오해와 혼란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교황님도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 선출되고, 한동안 유럽신학과는 많이 다른 해방신학, 민중신학등이 선을 보인것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