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INRI’ , Iesus-Nazarenus-Rex-Iudaeorum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

by 후박나무 posted May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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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의 셋째 부분인 영광의 책은 13장부터 시작한다. 최후의 만찬을 마친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닦아준 후 공관복음과는 달리 긴, 아주 긴 담화를 시작한다.

 

14장, 너희가 나의 계명을 지킨다면 아버지와 나는 너희 안에 살러가겠다. 또 성령을 보내어 내가 한 모든 것을 기억나게 하겠다. 15장 나와 너희의 관계는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와 같다. 너희는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17장 대사제의 기도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15절, 아버지께 바라는 것은 이들을 이 세상에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악한 이들에게서 지켜주시는 것입니다. 이 주제는 18장 빌라도와의 대화에 다시 등장한다. 34절 빌라도가 묻는다. “도대체 너는 무엇을 했느냐?” 예수는 “나의 왕국은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에 속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유대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싸웠을 것이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예수의 말은 자주 내세에 속한다는 말로 해석되어,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비난을 받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곧 내세에 속한다는 뜻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나의 노래나 마니피캇의 내용을 일별(一瞥) 해도 명확하다. 이 노래는 지금 여기서 팔자가 뒤바뀐 사람들의 환호성이지, 내세에는 팔자가 바뀔 것이라는 암울한 기대를 노래한 것이 아니다. 예수 자신의 수많은 비유와 활동도 기득권자들에게만 유리한 기존질서나 가치를 비판하고 뒤엎어 버리는 (Up side down) 것이었음을 보아도, 내 나라는 내세의 일이 아니라, 다른 가치와 질서에 속하는 나라로 해석됨이 타당하다.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인(Sign, 표징) 은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미움을 받기는커녕 너무 잘 지내는 것 같다. 예수의 십자가 위에는 죄목을 적은 명패가 있었다. ‘INRI’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 라틴어로 Iesus-Nazarenus-Rex-Iudaeorum 예수가 내세의 세상에 대해 설교하고 가르쳤다면 선동죄로 고발되어 저런 죄목으로 사형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