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프레임

by 후박나무 posted Aug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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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본격적인 카운슬링 하기 전 내담자에게 체화된 기본적인 심리를 대충이나마 파악하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하는데, 그중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몇몇의 인물과 주변 환경을 삽화로 그린 그림을 보고 나름대로 지금의 상황을 묘사하게 하는 것이었다. 검사자의 주문을 들으며 “아, 이건 내게 내면화된 프레임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고 하는 검사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자기 눈의 들보를 보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안경을 끼고 온 방을 헤집으며 안경을 찾는다. 그처럼 우리는 자신만의 프레임이라는 해석 틀을 통해 사물을 보고 판단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프레임이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니, 프레임의 변화란 그만큼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원판불변의 법칙 이란 우스갯말도 있다.

 

여푼네의 아들 칼렙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를 제외한 각 지파를 대표하는 수장들 38명은 사실 온 회중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이제껏 해온 대로 반란을 획책하고 이집트로 돌아가고자 하다가 염병에 걸려 죽는데, 오늘 예수가 만난 가나안 부인은 그들을 지배하던 고정관념과 전혀 다른 프레임을 보여준다.

 

비가 내려 물이 흐르다보면 물길이 생기고, 빗물은 그리로만 흐르게 되어 더욱 공고해진다. 생각도 물과 같아 이제껏 해왔던 대로의 길을 따르게 되니 새로움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진다. 이러한 비생산적인 반복의 고리를 끊고 빈 마음으로 보고자 근래에는 향심기도니 예수성명기도, centering prayer, 묵주기도, 선(禪) 등의 관상기도에 관심을 갖는 이가 많아졌다. 40년 동안 광야에 머물면서도 하느님의 안식에 들지 못한 이들이 많았음을 보며 하느님의 자비와 가나안 부인의 신뢰를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