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해질녘 하늘빛!

by 후박나무 posted Sep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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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내리는 비로 심신이 고달프다. 낙과가 즐비하게 깔린 과수원을 바라보는 주인의 심정보다야 낫겠지만!

 

공자왈 아는 것은 좋아하느니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느니만 못하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다. 시도 그 맛을 알면 좋아하게 되고 즐기게 된다. 당시도 하이쿠도.... 15~6 자의 짦은 글속에 번뜩이는 삶의 통찰을 담은 하이쿠는 촌철살인(寸鐵殺人) 이다. “나뭇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너무 울어 텅비어버렸나, 이,, 매미허물은!”

 

중국 사천성에 살던 설도의 춘망사(春望詞)도 4수로 아주 간결하게 봄날의 정취와 유한한 인간의 애환을 그린다. 우리나라에는 춘망사중 제 3수가 동심초라는 노래의 가사가 되었다. 김 소월의 스승인 김안서씨의 번역인데 원시보다 번역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

 

風 花 日 將 老 풍화일장노 바람에 꽃은 점점 시들어가고

 

佳 期 猶 渺 渺 가기유묘묘 아름다울 만날날은 아득하니

 

不 結 同 心 人 부결동심인 사람의 마음은 한데 맺지 못하고

 

空 結 同 心 草 공결동심초 부질없이 풀잎만 엮는가......

 

특히 시는 은유를 많이 사용한다. 이때의 시어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역할을 한다. 어느 종교나 나름대로 자신들이 귀하게 여기는 가치를 보존하고 이어지게 하기 위한 계율이 있다. 이 계율도 무언가를 가리키는 손가락임을 잊을 때 계율은 신주(神主)단지 같은 우상이 된다.  연일 잔뜩 찌푸린 하늘만 보이니, 맑은 가을날 해질녁 하늘빛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