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名醫

by 후박나무 posted Feb 04,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초대받은 플루트 연주회에 갈 엄두도 못낼 정도로 컨디션이 나빠졌다. 한파가 계속되어서일까? 예술의 전당이라니! 왕복거리를 생각하면……. 고난 받는 야훼의 넷째 종의 노래처럼 이제 나도 “苦痛을 겪고 病苦를 아는 그 사람” 이 되었을까? 아님 그 사람이 되어야 하기에 욥이 갔던 길을 아직 踏襲해 가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名醫란 예수님처럼 병을 완치시켜주는 의사를 일컫겠지만 우리 시대의 명의는 “친절한 의사” 라 한다. 환자를 성심껏 대하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짜증 섞인 호소를 기꺼이 들어주는 의사 말이다. 그것은 생각과 결심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 오랜 세월 쌓은 내공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역설적으로 日常性이라 할 수 있다. 유별나게 聖德이 뛰어난 사람보다, 그냥 인간을 이해하고 불쌍히 여겨 친절한 사람이 聖人일 듯.

 

한나 아렌트의 “악의 平凡性” 이란 개념은 역으로 “선의 평범성”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듯, 선이나 악은 특별히 마음먹고 하는 행위의 결과라기보다 평상심의 발로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으면 당신의 쉴 곳 없고, 헛된 바램이 많으면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없다.

 

아침에 솔이 사진을 보다. 올림픽이 개막하면 길이 혼잡해져 다녀오기가 더 힘들 텐데…….설도의 春望詞 춘망사(봄 날의 바램) 중 3수를 읽다.

 

風花日將老, 꽃잎은 바람에 나날이 시들어 가고

佳期猶渺渺. 만날 기약 아직 아득하기만 한데

不結同心人, 마음을 함께 한 님과는 맺어지지 못한 채

空結同心草. 공연히 풀매듭만 짓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