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城春草木深

by 후박나무 posted Feb 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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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처음으로 좀 무리하여 우이령 정상까지 다녀오다. 엊그제 내린 눈으로 곳곳이 빙판이지만 봄기운은 어쩔 수 없다.

 

당대를 태평성대라고도 또 나라가 망했다고도 할 수는 없으나, 어지럽다는 면에선 춘당춘색고금동(春塘春色古今同) 보다 두보의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이 더 어울리는 봄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율법학자나 바리사이의 의로움과 차별화되는 의로움을 요구한다. 예수가 요구하는 더 나은 의로움이란 먼저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이 갇혀있는 ‘자기 의’ 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동일한 프레임에 갇힌 한 신앙생활이니 수도생활 역시 사회에서의 경쟁구도와 논리가 장소만 바뀐 곳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예수가 제시한 의로움이란 ‘자기 의’ 의 추구와는 반대로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인간의 존엄을 부인하지 않으나 구체적인 삶에서 방점은 인간의 한계와 약함을 이해하고 동참하는데 있다. 가난과 병고를 통해 인간의 약함과 한계를 통렬히 이해한 사람들만이 악한 자에게나 선한 자에게나 비를 내려주시는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