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 기념일이다. 가톨릭 교우들 특히 성직자나 수도자들에게는 영신수련으로 잘 알려진 성인이다. 종신서원 하기 전까지 한 달씩 2번 영신수련을 했었다. 수련때 한 번, 종신서원을 앞두고 한번. 지금도 왜 그랬는지 석연치 않은데 나는 영신수련의 방법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그는 군인이라 단순무식하게 이것이냐 저것이냐로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한 쪽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적어도 인생이란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단순한 게 아니었다. 아마 내 자신 좀 더 복잡한 인간 이었던가 아니면 지나치게 예민한 감수성이 걸림돌이 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수련때 처음 손 신부님의 지도로 영신수련을 하면서 나도 지도자도 무척 애를 먹었다. 마지막 1주는 성령이 이끄는 대로, 내 마음이 이끄는 데로 하며 마쳤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종신서원 한 달 피정 때는 다시 지도를 맡은 손 신부님은 애당초 하루 다섯 번 (5시간) 기도하는 것만 지키고 나머지는 내 자유로 기도하라고 허락하셨다.
빵을 다섯 개 먹고 배가 불렀다고 해서 5번째의 빵에 모든 공로가 돌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내 기도생활을 다른 차원으로 올려주고 영원을 맛보게 한 계기는 전남 해남 두륜산 대흥사에 달린 암자 상원임에서 왕인 스님의 지도하에 하루 8시간씩 좌선을 하며 지냈던 한 달이었다. 그 한 달의 체험은 영원과 접속하는 노하우를 터득케 하여 수도생활의 기반이 되었다. 내 마음의 지성소, 하느님 사랑의 바다,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곳, 아버지가 기다리는 곳, 모세가 본 불타는 가시나무, 엘리야를 동굴 어귀로 불러내던 가녀린 목소리, 토마스 머튼의 마지막 7번째의 산 ‘칸첸중가’! 그 현존을 가리키는 수없이 많은 말, 정황들도 사실 어디 한 곳을 가리키는 손가락 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