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천근이지만 오랜만에 내리는 빗소리가 반갑다. 더욱이 조금씩 천천히 내려 땅에 깊숙이 스며든다.
토빗기에는 사람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동물들도 많이 등장한다. 참새며 새끼 염소, 토비아와 라파엘을 동반한 개, 귀신을 물리치고 토빗의 눈을 낫게 한 물고기, 낙타, 잔치의 희생제물 황소와 숫양등.
오늘 독서에서 토빗과 사라는 온전히 새로운 삶이 언제 또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이승에 대한 미련이 온전히 사라져,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습니다.” 하며 온전히 자신을 포기할 때이다. 엘리야 도 이와 비슷한 독백의 기도를 한다.
엘리야는 두려워 떨며 목숨을 구하여 급히 도망쳤다. 그는 유다 브엘세바에 이르러 그 곳에 시종을 남겨두고 자기는 하룻길을 더 여행하여 거친 들로 나갔다. 싸리나무 덤불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 아래 앉은 그는 죽여 달라고 기도하였다. "오, 야훼여, 이제 다 끝났습니다. 저의 목숨을 거두어주십시오. 선조들보다 나을 것 없는 못난 놈입니다." 이 기도를 기점으로 그는 변화한다.
루카복음의 오른쪽 강도의 청도 같은 맥락이다. 이승에 대한 미련을 다 내려놓은 그는 “당신이 왕이 되어 오실 때 나를 기억해주십시오” 하며 그 순간 “정녕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리라” 는 말씀을 들으며 온전히 새로운 생명은 그 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