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 두 번째로 우이령 정상까지 다녀오다. 지난 1월 건강이 악화되어 양양에서 급히 서울로 거주지를 옮길 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거의 만보를 걷다.
인적이 드문 새벽 산길을 걸으니 평소 못 보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 첫 번째는 다람쥐 녀석 들이다. 길을 건너는 동작이 한결 평화롭고 느린 게 여유로워 보인다. 어떤 녀석은 돌 위에 동그마니 앉아 지나가는 나를 구경한다. 또 하나는 하필이면 보도 블록 틈새에 떨어졌지만, 내 자리가 꽃자리인 듯 거기서 생명을 이어가는 풀이다. 사람이 밟고 다니는 길에서 간신히 조금 벗어난 곳에서 꽃을 피운 개망초도 눈에 들어온다.
다람쥐나 풀, 개망초는 말하자면 ‘지금,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잡념들을 오른 눈이나 오른 손처럼 잘라 버리고, 번성하라는 명에 충실한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