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ASICS

by 후박나무 posted May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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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시절이라지만 역설적으로 내게는 연중 제일 어렵던 5월도 다 가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자신도 이해하고 수용케 하여 훌쩍 자라게 한다. 그들도 나름대로 사연이 있을 테고, 그를 불쌍히 여길 수 있게 될 때부터 제일 어려운 시절은 아니게 되었다. 수기안인(修己安人). 며칠 아팠다. 제일 아플 때는 희망조차 갖기 어려워 포기하게 될 때다. ASICS 맞다. Anima sana in corpore sano!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 예전 마라톤 할 때 신던 운동화의 상표이기도하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했지!

 

회자정리(會者定離) 라 재롱이가 올 때 그러하였듯 갈 때도 홀연히 갔다. 아롱이, 다롱이도 그리 될지 몰라, 그런 거지.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평범한 삶의 진실을 가르친다. 길들이는 것에 대해서. 어떤 사물이나 생명이 소중하게 되는 것은 그로 인해 네가 기뻐하고 슬퍼한 시간에 비례한다고. 헤어지는 게 두려워 전혀 관계를 안가지려 하는 사람도 꽤 많다.

 

정신지체아를 둔 어머니들이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소회를 나눈 대담을 읽은 적이 있다. 그중 한 부인의 소회는 참 진솔하여 폐부를 찔리는 듯 했다. 꿈 많던 소녀가 한 인간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던 좌절과 절망,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만 사는 현실을 아주 적절한 비유로 표현해주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꿈에 부풀어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호놀룰루에 내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알라스카의 앵커리지더라. 지금의 생활이 의미가 없다든가 하지는 않지만 호놀룰루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란 이 정도의 범주에 다 드는 것 같다.


  1. 달이 바뀌었다. 벚나무 잎도 거의 다 물들었다.   우이동 명상의 집에서 처음 가을을 지낸 것은 82년 이었다. 물들어가는 산을 보면서   “양지 녘에 섰던 나무가 단풍도 곱다”   는걸 알았다. 욥을 보며 새삼 사람에게 양지가 어디인지 묻게 된다. 
    Date2018.10.0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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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야생화

    아침에 야생화 동영상을 선물 받았다. 야생화를 보니 최 민순 신부님의 두메꽃이 연상된다.   두메꽃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 ...
    Date2018.09.2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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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천수(天壽)

    긴 명절휴가가 끝나다. 일상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지금보다 젊고 몸이 성했을 때는 명절연휴에 보통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찾았었다. 말하자면 갈릴리 호수 저 건너편 한적한 곳으로 건너갔다. 왜 그랬었을까? 새삼 궁금해지다. 일상생활에서 만나야 ...
    Date2018.09.2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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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중물

    오늘 잠언에서 하느님께 간청하는 두가지중 하나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저에게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시면 제가 배부른 뒤에 불신자가 되어 ‘주님이 누구냐?’ 하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
    Date2018.09.26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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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추석

    어제에 이어 오늘도 청명한 날이다. 수도원 시간표는 명절이고 공휴일임을 감안하여 미사시간 외에는 여유 있게 조정했다. 요즈음 새벽공기는 서늘함을 넘어 한기가 느껴진다. 곧 추위라도 닥칠 기세다. 혹독하게 더웠던 8월부터 그동안 우이령 길에서 자주 만...
    Date2018.09.25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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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씨와 씨 뿌리는 사람

    모처럼 무리를 하여 강릉의 솔이를 만나 회포를 풀고 양양 수도원도 방문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파김치처럼 처졌지만 다녀오기를 잘했다. 짧은 여행 1박2일 동안 가을장마라도 든 듯이 계속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화창하게 개어 푸른 하늘이 보인다. 이틀 ...
    Date2018.09.2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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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지혜

    오늘 복음에서 예수가 의도하는 것은 자신과 세자요한, 자신의 제자들과 세자요한의 제자들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들 마냥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그 세대 사람들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적인 표현이 잠언에도 보인다. 1:...
    Date2018.09.1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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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

    루카에만 고유한 나인의 과부 아들 이야기는 루카복음사가가 특별히 주목하고 강조하고자 한 예수의 면모를 그린다. 예수는 단순히 비극적인 일에 슬퍼할 뿐만 아니라, 시선을 돌려 비탄에 젖어 있을 여인에게 따듯한 관심을 보이는 자상한 사람이었다(비슷한 ...
    Date2018.09.1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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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忙中閑

      2001년 안식년 후반기는 시카고 CTU에서 조직한 성서고고학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먼저 그리스와 터키를 답사하며 헬레니즘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예수가 살던 당시 사회에 영향을 주었는지 전이해를 하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였다. 예루살렘에 본거지를 두고...
    Date2018.09.16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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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거듭남

    오늘은 십자가 현양축일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직 고등학교는 시작되지 않은 2월 어느 날 마태오 복음의 산상수훈에서 예수를 만났다. 그날 저녁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여 고교 2년까지 참 충실히 다녔었다. 고3이 되면서 교회 나가는 것을 중단했는데 ...
    Date2018.09.14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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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寂靜

    아마 88년이나 89년일 게다. 당시 한국의 고난회는 시카고 성. 십자가 관구의 지부였으므로 관구장인 세바스챤 신부가 방문하여 종신서원 자들과 개별면담을 했었다. 나는 그때 서울 명상의 집 피정지도자로 일할 때였으므로 과중한 업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
    Date2018.09.1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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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이제는 새벽공기가 서늘한 게 아니라 써늘한 게 오싹케 한다. 긴팔을 입고 산책을 간다. 어제는 먼 광주에서 친구가 찾아왔다. 과연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아?(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먼데서 벗이 찾아오니 이것 또한 즐겁고 기쁘지 아니한가?)  ...
    Date2018.09.1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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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바르티메오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로 망명을 오게 된 칠레의 저항시인 파블로 네루다,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그의 도착으로 인해 불어난 우편물량을 소화하고자 집배원으로 고용된다. 마리오는 로맨틱 시인 네루다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시와 은유의 세계를 만나...
    Date2018.09.0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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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여름의 끝

    어제 문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평양에 간 특사 일행이 일을 잘 처리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늦어도 올해 안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이 성사되어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으면 좋겠다. 요즈음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Date2018.09.07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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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聖召

      오늘 복음은 ‘부르심’에 관한 것이다. 누구든 베드로처럼 갑자기 성스러운 곳에 서게 되면 이내 자신의 부적합함 혹은 부당함을 십분 깨닫게 되어 그 자리를 피하고자 함이 人之常情 이다. 프란체스코 교황도 자신의 부르심을 회상할 때 당신의 부당함을 깊...
    Date2018.09.06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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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Those were the days

    몇 일간 몸이 많이 불편했다. 환절기 탓인지 궂은 날씨탓인지……. 오늘은 몸도 마음도 청명한 하늘처럼 맑다. 나무그늘 사이로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우이령을 넘어 오봉 전망대까지 다녀오다. 벚나무 잎이 물들어가고 서늘한 바람이 숲을 스칠 때면 후드득 하...
    Date2018.09.05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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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이와 반대되는 맥락에서 ‘본데없이 자라다’ 란 말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 여성 1인당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1.08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명보다 현저...
    Date2018.09.0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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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추천고 새마비(秋天高 塞馬肥)

    근 한주일 만에 우이령을 넘어 오봉전망대까지 다녀오다. 그동안 연일 계속된 태풍과 호우로 힘들었다. 9월을 시작하는 첫날인 오늘은 푸르고 높은 하늘에 햇살이 빛나고 서늘한 바람이 이는 게 전형적인 천고마비(天高馬肥) 의 계절이다. 원래 이 말은 추천고...
    Date2018.09.0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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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빠루시아

    6년 만에 우리나라를 관통하며 커다란 피해를 입히리라 예상되어 긴장하고 숨죽이며 주의를 기울이던 태풍 솔릭은 싱겁게 지나가고, 오히려 그 후에 찾아온 게릴라성 호우가 국지적으로 예상치 못한 많은 피해를 입혔다.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 그렇게 여...
    Date2018.08.3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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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장터목

    세자요한이 헤로디아의 간계와 헤롯의 체면을 위해 생명을 잃는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세자요한의 삶이 너무 빈한해진다. 자기 소신껏 살다 그 소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https://youtu.be/YTHzg0GPGG0   1985년 개천절 연휴에 나는 혼자 지리산 종주를...
    Date2018.08.2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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