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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St. John Chrysostom 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해석

by 후박나무 posted Jul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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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thodox, 희랍 정교회에서 해석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대단히 흥미롭다.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만나 매 맞고 초주검이 된 사람을 보자마자, 그를 불쌍히 여기고 다가가 상처에 포도주를 붓고 기름을 발라 감싸준다. 그리고는 자신의 노새에 태워 여관, 즉 병원인 교회로 데려가 돌본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병든 사람을 고치는 의사로 나타나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병원으로 제시된다.

 

St. John Chrysostom 은 이 비유를 해석하면서 매우 독창적으로 위에서 제시한 진리를 강조한다. 사람은 “천상의 상태에서 악마의 속임수(deception) 에 빠져 강도들의 수중, 즉 악마와 적대적인 세력의 손아귀에 떨어진다”. 그가 입은 상처는 여러 가지 죄로 인한 것이다. 다윗이 그의 시에서 읊었듯이 “상처는 썩어서 악취를 뿜으오니 내 미련한 탓이오이다”(시편 38:5). 죄란 하나의 예외도 없이 사람을 멍들게 하고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러 하늘에서 내려온 그리스도 자신인 사마리아인은 포도주와 기름을 사용하여 상처를 치유한다. 즉 “자신의 피와 성령을 섞어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다” 다른 해석에 의하면 “기름은 위로하며 편안케 하는 말이며, 포도주는 아스트린젠트 로션과 같이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 집중하게 하는 가르침이다” 사마리아인은 부상당한 사람을 자신의 노새에 태운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어깨에 부상당한 사람을 메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로 간다“. 그리스도 자신이신 착한 사마리아인은 그 사람을 훌륭하고 특별한 여관인 교회로 데려간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성 요한 크리소스톰의 해석으로 보면 여관은 죄로 상처입고 병든 이들을 치유하는 병원이며, 주교와 사제들은 사도 바오로와 같이 하느님의 백성을 치유하는 사람들이다.

 

희랍정교회 전통에 따른 해석에 덧붙여 간략히 히브리적 사고에 대해 언급하자면, 예수의 이 비유를 들었던 히브리인들은 오늘날 우리들과는 사뭇 다르게 들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적 사유나 논리, 윤리 등에 익숙한 현대인은 사제나 레위인 이 강도 맞은 사람을 피해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랑이 없다던가. 위선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은 성무를 집행하는 사제나 레위인은 혹시라도 주검을 가까이 하여 부정을 타서 성무집행을 못하게 될까봐 피해간 것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 사제나 레위인 이 그렇게 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예수는 이 비유를 통해 청중들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서로에게 이웃이 되어주라’ 는 종교의 근본목표를 모순되게도 종교적 관습과 전통이 가로막고 있지 않는가? 오히려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사마리아인이 이웃이 되어주고 있지 않는가? 종교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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