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강풍으로 북한산이 한결 말끔해졌다. 걱정하던 황사는 비에 씻겼는지 시야도 맑다. 우이령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이제껏 숲의 군더더기로 흉물스럽게 붙어있던 거무튀튀한 나뭇잎이며 죽은 나뭇가지들 또 시원찮은 생가지뿐 아니라 꽃도 강풍에 날려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었다.
자연이 봄맞이 대청소라도 한 모양새다. 절정을 지난 진달래의 반짝이던 움은 연둣빛으로 변하고 있고 산 벚나무는 이제야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환절기란 무릇 그렇게 가고 오는 때다.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