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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다미아노 성당

by 후박나무 posted Oct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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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 오게 된 시인 네루다의 도착으로 인해 불어난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된다. 로맨틱 시인 네루다에게 시와 은유의 세계를 배우며 마리오는 자신의 세계와 지평을 넓혀간다.

 

성. 프란체스코도 처음에는 마리오처럼 문자에 갇혀 그 이상을 보지 못했지만 점차 은유를 알아들으며 자신의 성소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1206년 가을, 프란체스코는 아시시 외곽의 다 허물어진 성 다미아노 성당에 들어간다. 제대 뒤쪽에 걸려있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상이 그를 부른다. “가서 허물어져가는 내 집을 수리하여라.” 프란체스코는 그 말씀이 눈앞의 허물어진 다미아노 성당을 고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돌을 나르며 고치기 시작한다. 그의 소명은 성. 다미아노 성당뿐이 아니라 하느님의 집인 교회를 개혁하는 것이었다.

 

아브람의 부르심으로부터 변함없이 하느님의 부르심은 사람을 낯익은 환경에서 떠나 낯설고 물선 세계로 향하게 한다. 프란체스코가 빼루지아에 포로로 잡혀 인질생활을 하고 중병도 앓게 되면서 이전의 세계와 멀어질 때도 새로운 세계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부르심은 마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처럼 동굴 밖의 풍광을 경험하고 돌아와 동굴 속의 사람들에게 전하라는 미션과 같다. 동굴 안에만 살았던 사람들이 모두 그 소식을 반기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성소를 생각하는 날인 오늘 목요일, 야훼 하느님은 왜 나를 다시 낯선 곳으로 부르시는지 궁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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