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도회 창립자 십자가의 성. 바오로 신심미사를 드리는 날이다. 신심미사를 드렸지만 복음과 독서는 평일 것으로 하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광주수도원 성당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십자가와 감실 그리고 학정 선생의 글씨 ‘고(苦)’ 자와 스테인드글라스로 형상화했다. 그런데 예수님의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는 말씀에 승복(承服) 하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기사 몇 번씩이나 납득하고서도 여전히 볼멘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실 때 이사야 53장의 ‘야훼의 종의 넷째노래’를 전제로 하셨다고 생각한다. 보통 자신이 우주의 중심인줄 알고 사는 사람은 그가 짊어진 병고와 짐이 모두 자기에게 기인(起因)되던가 아니면 몽땅 남의 탓으로 여기는 All or Nothing 의 태도를 취하기 쉬운데 그런 사람에게 멍에는 결코 편하고 짐은 가벼울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이 앓는 병고와 무거운 멍에와 짐이 다른 사람이 짊어져야만 하는 삶의 무게를 나누는 것이라 믿을 때 멍에는 편하고 짐은 가볍게 된다. 이사야의 말을 빌자면 “나의 종은 많은 사람의 죄악을 스스로 짊어짐으로써 그들이 떳떳한 시민으로 살게 될 줄을 알고 마음 흐뭇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