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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혜안(慧眼)

by 후박나무 posted Aug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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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러니까 1일 새벽 3시반경에 화장실에서 쓰러졌었나보다. 2시까지 잠이 안와 책을 보다 오락실에 가 TV를 본 기억까지는 나는데 쓰러진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 아마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에 갔었나보다. 오재성 신부님이 잠결에 ‘쿵’하는 소리를 듣고 언뜻 내 생각이 나 나와 보았더니 내가 머리를 감싸고 화장실에 쓰러져 있더란다. 처음엔 머리와 펠비스를 다친줄 알았는데 다행히 오늘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보니 머리도 골반 뼈도 이상이 없단다. 통증이야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이 두 번째다. 4년 전엔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1자로 앞으로 쓰러졌었다. 다행히 유도 유단자로 낙법이 몸에 뱄기에 넘어지는 순간에 손바닥을 펴고 두 팔을 평형으로 하여 착지하였기에 전혀 부상을 입지 않았었다. 인명재천(人命在天) 이겠지만 더 조심해야겠다.

 

재작년에 양양에서 News를 소재로 한 소설을 보았다. 주인공인 중년 신사는 아직 백인들이 텍사스를 다 장악하지 못했던 시절 텍사스의 개척마을들을 돌아다니며 근래에 나온 신문들에서 스크랩한 기사와 뉴스를 공공장소에서 낭독해주는 일을 업이자 소명으로 삼는 이였다. 젊은 시절 미국의 내전 때 전령의 일을 하면서 News 의 부재로 불필요한 싸움과 희생을 자주 목격했던 그는 전쟁후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며 사람들이 적어도 정보의 부재로 인한 오해로 싸우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요즈음은 정보의 부재와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넘쳐나는 뉴스가 더 문제일 것 같다. 처음 BBC 방송에서 정례 뉴스시간을 만들었을 때 어느 날엔 “오늘은 뉴스가 없습니다.” 가 뉴스의 전부였다는 사정에 비하면 오늘날엔 정해진 시간을 채우느라 별 쓰잘데기없는 것까지 다 까발리는 것 같다. 그중에 가짜뉴스는 또 얼마나 많을지…….정작 문제의 핵심은 정보의 홍수나 넘쳐나는 가짜뉴스가 아니라 그것을 구별할 줄 아는 혜안(慧眼)의 부재일 것 같다. 나는 이 대목에서 언제나 요나서의 마지막 문장이 생각난다. 하느님이 요나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4:11

 

먼저 Jerusalem Bible 이다.

So why should I not be concerned for Nineveh, the great city, in which there are more than a hundred and twenty thousand people who cannot tell their right hand from their left, to say nothing of all the animals?

(갖가지 동물들은 차치하고서도 이 큰 도시 니느웨에는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12만 명이 넘는데 어떻게 내가 니느웨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 New American Bible도 거의 같다.

 

공동번역은

“이 니느웨에는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어린이만 해도 십이만이나 되고 가축도 많이 있다. 내가 어찌 이 큰 도시를 아끼지 않겠느냐?”

 

성경은

“그런데 하물며 오른쪽과 왼쪽을 가릴 줄도 모르는 사람이 십이만 명이나 있고, 또 수많은 짐승이 있는 이 커다란 성읍 니네베를 내가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오른쪽과 왼쪽을 구별 못하는 12만 명의 사람은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어린이 12만 명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어린이 같이 오른쪽과 왼쪽을 구별 못하는 사람이 12만 명이나 된다는 말인가? 예수님이 살던 시대 상황을 보아도 그렇고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아도 후자일 것 같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사람이 넘쳐난다. 그리고 그 수는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꼭 한 사람 더 많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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