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기다림의 FM - 자캐오

by 후박나무 posted Dec 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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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월요일, 공식 수도원 시간표가 없는 날이다. 저녁시간에 ‘알쓸신잡’ 이라던가 하는 프로를 보고 침대 뒤에 두었던 세한도(歲寒圖) 복사본 액자를 다시 꺼내다. 올해 초 서울 수도원으로 오면서 가을 풍경화와 교체했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자 이상적의 한결같은 마음에 고마움을 표하려 논어의 공자님 말씀을 인용하여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려 준 것이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

 

자연현상을 세상의 인심에 비해보니, 잣나무와 소나무만이 시정잡배(市井雜輩)와 달리 시류(時流)를 타지 않고 지조(志操)를 지키는 선비로 보여 이를 기린 것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 의 과정으로 정의한다. 외부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살아남은) 민족과 문명은 번성하지만, 그렇지 않은 문명은 사라졌다. 또 도전이 없는 민족이나 문명도 무사안일에 빠져 사라지고 말았다. 토인비는 한 문명이나 역사의 흥망은 주변 환경의 변화라는 도전에 대한 응전이라고 했다. 그것은 개인의 역사에도 적용될 것 같다. 한 세상 사는 동안 우리의 주변 환경은 물론 生老病死로 표현되는 내 한 몸의 변화는 또 얼마만한가!

 

교회의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는 대림절로 시작된다. 기다림의 시기이다. 부산하고 활기 있던 움직임이 잦아들다 올 스톱되면 그동안 바깥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던 내면의 소음이 부각된다. 화려하던 외부활동들 성공적이었던 장면들을 되뇌다보면 어느새 안보이던 그림자들이 전면에 나타나기도 하고, 무슨 야뽁강 나루의 야곱이라도 된양 엎치락뒤치락 씨름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기다림의 시간은 허장성세를 벗겨내고 마침내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순간으로 나아간다, 엘리야처럼…….이렇게 대림이라는 기다림의 시간, 시작하는 시간은 피세정념(避世淨念)의 시간이다. 기다리는 자세의 FM 은 아무래도 자캐오 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