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마음 나목(裸木)에 놀라라
한밤에 앉아 바람소리를 듣고
아침에 일어나 구레나룻을 보니
내 일생이 거울 속에 있구나
늦가을 아침 설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흘러간 세월을 반추(反芻)한다.
오늘 아침 수도복을 입다가 우연히 거울에 스친 목 부분을 보니 칼라가 다 헤어져 속옷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이 수도복은 90년 로마에서 지은 것이니 28년이 되었구나…….삭아 헤어질 때도 되었지. 조만간 몸통과 목의 칼라가 분리되겠다.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도 이렇게 되는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