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창조되지 않은 빛

by 후박나무 posted Apr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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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동방정교회에서는 일상으로 체험하는 창조된 빛과 창조되지 않은 빛을 엄밀히 구분한다.  후자에 대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더라도 나는 결국 자신의 체험밖에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복음사가 요한도 '서로 사랑하라' 만 줄창 반복했는가 보다.

 

돌아보면 먼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어떻게든 그분을 따라가려 하지만 그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오랜 세월 괴로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낸 덕에 자신도 모르게 정화되어 창조되지 않은 빛 ‘생명의 빛’을 만났던 것 같다. 밝지만 어두운 빛, 만물을 꿰뚫으면서도 부드러운 빛, 차가우면서 따뜻한 빛이란 서로 상반되는 특성을 동시에 가진 빛이다.

 

그 빛앞에 선 내 몸을 보니, 진실하게 살고자 애썼던 부분만 남고 거짓되게 살았던 지체는 존재자체가 없어 여기저기 구멍이 난 낡은 천조각 같이 보였다. 그때 최후의 심판이 어떤 것인지 통찰을 하게 됐다. 하느님이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심판을 하는구나 하고……. 평생을 거짓되게 살았다면 하느님이 심판하고 자시고 할 필요조차 없을 것 아닌가. 그는 하느님의 빛앞에서는 존재자체가 없는 허무였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