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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엑서더스

by 후박나무 posted Ap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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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은수자 바오로라는 내 영세명처럼 두메꽃으로 살고자 수도원에 왔는데, 어째 이곳이 산 아래 저자거리보다 더 번다하다. 꽃이야 어디에 피든 누구에게 보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니 모든 꽃이 두메꽃임은 알겠다. 저자거리에 머물렀어도 살아온 삶과 성서의 말씀을 씨줄 날줄로 역어내며 의미를 자아내어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회원들끼리만 지내던 가족적 분위기에서, 언제부터인가 외부인들이 몰려들어 典禮는 前例없이 화려해지고 길어져 주객이 바뀐 기분이다. 소리를 내봐야 이제는 지나가버려 다시 못올 시절을 그리워하는 뒷방 늙은이의 구시랑 소리로 취급되기 십상이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게 나을지도. 여하튼 전례가 나에겐 자주 무의미한 시늉이 되고 만다.

 

파스카 성야미사에서 결코 생략할 수 없는 독서가 탈출기 14장이다. 이집트를 탈출하여 도망가던 모세와 그 일당들은 앞은 茫茫大海요, 뒤에는 이집트의 추격군이 말과 병거를 타고 맹렬히 쫓아오는 進退兩難의 상황에 처한다. 전례지침으로 이 독서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여기에는 무릇 모든 엑서더스에 필연적으로 있어야 할 공통분모와 같은 요소가 기록되어 있음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엑서더스의 백미는 야훼 하느님의 일갈에 있다고 본다. 새번역 성경 보다는 공동번역의 말마디가 더 단호하다. “너는 어찌하여 나에게 부르짖기만 하느냐?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진하라고 명령하여라.” 새번역 성경은 단호함이 덜하다. "너는 어찌하여 나에게 부르짖느냐?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령하여 앞으로 나아가라고 하여라”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쯤은 사면초가(四面楚歌)나 進退兩難 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그런 상황에서 탈출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진정 그 절박한 상황에서 탈출해본 사람은 하느님의 명령대로 불가능을 향해 전진했을 때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체득한 사람이다. 위험과 기회는 같이 있기에 危機라고 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위기에 빠졌을 때, 앞으로 전진하라고 하면 “앞은 바다인데요?” 하며 움직이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느님은 이런 저런 모양새로 위기에 처한 우리들의 상황에 맞게 말씀을 건네신다. 탈출기에서처럼 때로는 단호한 명령으로, 때로는 스승이 부르듯 사무엘을 부르시던가, 엘리야를 동굴어귀로 불러내던 가녀린 소리로 부르시던가 한다. 그 공통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하느님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만약 하느님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움직인다면, 그것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동요하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주는 이 하나 없어 천애고아로 외롭게 살던 사람에게

자신의 말을 깊이 이해하는 친구가 생기는 것

사흘 굶은 사람이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게 되는 것…….

 

부활이란 이런 것이라는 분도 있다. 분명 이런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니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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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도비카 2019.04.21 01:12
    하느님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씀이 너무나도 제마음에 와닿습니다.
    예수님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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