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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부처님 오신날!

by 후박나무 posted May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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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활 4주일, 성소 주일이며 불자들에게 커다란 축일인 ‘부처님 오신 날’ 이다. 이 땅의 모든 불자들이 그들의 염원대로 성불하기를 빈다.

 

좋은 책이 그렇듯이 성서를 읽다보면 마음에 와 닿아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구절이나, 무릎을 치게 하는 통찰, 위트 있는 문장과 만나게 된다. 전도서 9:4 도 그렇다 “그렇다. 사람이란 산 자들과 어울려 지내는 동안 희망이 있다. 그래서 죽은 사자보다 살아 있는 강아지가 낫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어 버전으로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는 말이 있다.

 

이 생명을 지니고 이승에 사는 동안 저마다 바라는 바가 없을 수 없다. 신앙을 가졌다는 많은 신자들의 신앙이 기복신앙(祈福信仰)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모든 사람의 신앙은 기복신앙이다. 물은 차야 넘치는 법이다. 인간이 지닌 하위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채 승화되어 상위욕구를 추구할 수는 없다. 아마도 그런 욕구의 보편적인 표현은 무병장수(無病長壽), 입신양명(立身揚名), 부귀영화(富貴榮華) 일 것이다. 예수도 세례를 받은 후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나가 이런 유혹을 받았다는 것을 보면 이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유혹이다. 하위욕구가 채워져야 상위에 있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각 사람은 저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태가 다르다. 사흘 굶은 사람에게 복음이 어쩌고 부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게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저마다 처한 인연에 따라 가게 된다. 이렇게 하여 사람은 저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다. 물론 개중에는 원치 않으면서도 멸망에 이르는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주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자신이 처한 상황, 소질, 인연과 근기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여 끝에 이르면 다음번 징검다리가 나타나고, 마치 구름기둥과 불기둥이 이스라엘을 이끌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전개된다. 오늘도 떼이야르 샤르댕 신부의 스케일이 웅대한 제사를 염두에 두고 미사를 드린다. 아울러 레너드 코헨의 ‘흠없는 제물을 바치려는 꿈은 깨끗이 잊어버려라“도 함께 기억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현실은 낙원이 아니라 실낙원임을 잊지 않는다. 대지를 제대로 삼아 그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희망과 절망, 피와 땀과 눈물과 자기혐오와 미움, 사랑, 죄와 희생까지 제물로 올린다. 하느님은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을 낮추 아니 보시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친 보잘 것 없는 제물은 우리에게 다시 생명을 주는 양식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불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중생들에게 수타니파타경중 자비경을 들려주고 싶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어떠한 생물일지라도,약하거나 강하고 굳세거나

 

그리고 긴 것이건 짧은 것이건

 

중간치건,굵은 것이건 가는 것이건

 

또는 작은 것이건 큰 것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살고 있는 것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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