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는 1시간 늦게 3시에 깨다. 아롱이가 잘 있는지 궁금했지만 아직 어두워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날이 밝아 나가보니 아롱이는 아주 건강하고 쾌활하게 등을 활처럼 구부리고 점프하듯이 통통 튀면서 뛰어온다. 고양이 한마리가 하룻밤을 야외에서 혼자 잘 수 있었던 것이 이토록 대견한데 자식을 기르는 부모님들은 어떻셨을까!
세상에서 제일 얇은 책은? 하고 영국인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물론 Irish cookingbook 이라 할 테고 아일랜드인 에게 물으면 British cookingbook 이라 할 것 같다. 요리의 종류가 많지 않다는 것은 사실 몸에 좋은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온전히 흡수될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아일랜드나 영국이나 음식은 거기서 거기라 “삶아서 소금 치라” 는 조리법이 전부라 요리책은 얇지만 건강에는 좋다.
빵과 포도주는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기본적인 것을 상징한다.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40일간 피정을 하면서 빵과 양파, 물만 먹었다고 한다. 무엇이 빵과 포도주를 거룩하게 변모케 하는 것인가? 성체와 성혈의 신비에 얽힌 많은 이야기나 신학이 있을 수 있으나 나는 좀 더 현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해석을 선호한다.
빵과 포도주를 필요한 이웃과 나누어 먹을 때, 그 빵과 포도주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성체와 성혈이 되지 않겠는가?
빵과 포도주를 독점하여 홀로 차지할 때 사람을 살리는 성체와 성혈이 되기는커녕,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에 골을 깊게 하여 반목과 불화를 조장하는 저주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