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thousand flowers in spring, the moon in autumn
by Wu Men Hui-k'ai
Ten thousand flowers in spring, the moon in autumn,
a cool breeze in summer, snow in winter.
If your mind isn't clouded by unnecessary things,
this is the best season of your life.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꽃, 가을의 만월
무더운 여름철 한줄기 시원한 바람, 겨울의 설경.
不要不急한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않는다면
지금이 우리 인생에서 제일 좋은 시절.
불필요한 일로 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음을 알아차리기에도 벅찬 일상이다. 나는 최근 언제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았을까? 아마도 2015년 10월, 강릉 아산병원에서 CT 와 MRA 촬영결과를 설명해주던 젊은 의사를 통해서 이었을 것이다. 성모님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식에 반쯤은 신앙으로 나머지 반은 얼떨결에 답하셨을 것 같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나의 응답은 “하필이면 왜 내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었고.
담담한 성모님의 응답이든 나의 응답이든 그 말에 담긴 뜻은 아주 먼 길, 구체적인 삶의 상황 속에 육화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는 것’ 이 될 것이다.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 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이제까지의 신원의식이 배타적으로 ‘수도자’에 치중되었던 반면 이제는 ‘사제’ 라는 신원과 기능도 많이 생각한다. 아마 예전처럼 밖으로 드러나는 결과물을 생산해내지 못하게 되면서, 비로소 진정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하나 되어 기도할 수 있게 되었나보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흘리는 피와 눈물과 땀이 보이니 자연스레 사제로서 이를 제대에 올리게 된다.
그러면 사제로서 불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제대에 올릴 제물로서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되고 하는 분별이 아닐까? 하느님은 보잘 것 없는 오병이어는 물론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을 낮추 아니 보시니 말이다. 우리의 한계와 죄까지 바치는 겸손에 비례하여, 지금 여기가 제일 좋은 시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