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의 영광스러운 상처”를 기억하는 고난회 고유 미사를 드리다. 복음은 어제의 토마 이야기.
천천히 우이령을 오르며 박노해의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생각하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영혼이 깊어졌다
분명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란 쉽게 넘나들 수 없는 계층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모두 전세대가 이룬 거인의 어깨를 빌려 앉아있는 난쟁이 인 것도 사실이다.
40여 년 전 고난회 성소자로 workshop 할 때 박도세 신부님이 보여주었던 낡은 필름이 기억난다. 런닝타임 3분 정도의 단편영화로 제목은 “계단” 인생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 나선형 계단 앞에 서 있다. 그 사람은 호기롭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계단을 오르는 동작이 힘들어 보인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계단까지 기어오른 그는 새로운 계단이 되어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제목을 ‘인생’이라 해도 무방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