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표히 날리며 가벼이 떨어지는 벚꽃 잎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라서 일까.
곧 영산홍에 이어 은은한 수수꽃다리의 향이 바람에 실려 오겠지
제일 좋은 시절이 다가옴을 알리는 전령이 하필이면 재생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리플레이 시키는 방아쇠일까.
그래도 고마운 세월은 흘러 예리하던 날도 평준화의 은혜를 입어 무뎌지고 시야는 넓어져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측은지심이 생긴다.
차야 넘친다고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다음순서로 영원한 생명에 대한 목마름도 생기나보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진정 자신을 불쌍히 여길 수 있는 마음에서 비롯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