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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겨자씨 한알만한 믿음

by 후박나무 posted Nov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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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중국발 미세먼지와 스모그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렀다. 다행히 오늘은 푸른 하늘에 공기도 차고 신선하다. 잔뜩 찌푸렸던 날씨와 미세 먼지덕에 오늘 모처럼 우이령 정상까지 다녀오다. 온통 갈색과 바란 붉은색 나뭇잎으로 덮인 길을 걸으며 80년대 말 치악산을 오르던 기억이 나다. 오늘같이 나뭇잎으로 덮인 산길을 오르던 한 순간, 찰나였지만 범아일여(梵我一如) 가 되어 무수히 깔려 있는 나뭇잎이 나이고, 내가 나뭇잎이 되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이 그렇게 황홀하고 편안한 법열이기에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보고 맛 들여라’ 하나보다. 성석제씨의 말처럼 내 삶 전체가 범아일여(梵我一如),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으로 이뤄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삶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일수는 있다. 또한 살라는 명령을 이행하는 추동력(推動力)이 되기도 하겠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을 쓴 슈마허는 지구를 우주선에 비유하여, 우주선 즉 지구에 실려 있는 생활필수품 즉 물과 음식, 자원 등은 무한정으로 있는 게 아니라 지극히 한정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지금 인류가 영위하고 있는 생활양식은 우주선에 실려 있는 한정된 자원을 필요이상으로 낭비하며 쓰레기를 양산하면서 그것을 개발이나 발전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해마다 일어나고 있고 극지방의 빙산이 녹아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생활양식의 변화가 요구되나 그것을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지금 당장 스모그와 미세먼지등의 오염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생활양식을 바꾸려 하지 않을뿐더러, 정확하게 말하자면 삶의 방식을 바꿀 힘도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7곱번 죄를 짓고 뉘우치면서 다시 같은 죄를 짓는 게 인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견지하는 것이 보통 일인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세대를 위해 전 인류가 불편함을 감수하는 생활방식을 선택할 것이 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기에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을 갖는 것도 지난한 일이겠다.  아미의 퇴원여부는 오늘 오후에 결정된다.  파보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장염도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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