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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성화(聖化)

by 후박나무 posted Mar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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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셉 대축일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숙고(熟考)하다. 내 삶의 양상을 가만히 살펴보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지식을 더 쌓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의 의미를 새롭게 더 깊이 깨닫게 되는 일이 잦아진다. 인생이란 나선형으로 도는 회오리바람처럼(Spiral)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 보이지만 깨어있는 사람은 삶이 전후(前後), 좌우(左右), 상하(上下)로 움직이며 같은 자리를 통과하는 듯 보일때도 사실은 다른 지점임을 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봄기운이 한창인 이때가 주자의 우성을 읽기에 꼭 맞는 시절이다.

 

朱子(주자)의 偶成(우성)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이로학난성)

一寸光陰不可輕 (일촌광음불가경)

未覺池塘春草夢 (미각지당춘초몽)

階前梧葉已秋聲 (계전오엽이추성)

 

젊음은 쉬이 가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 치의 광음(光陰)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못가의 봄풀은 아직 꿈에서 깨지 못했는데,

섬돌 앞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을 알리네.

 

朱熹(주희) 가 말하듯 사람은 저마다의 짧은 삶에서 경험하고 깨우친 바를 후대에 전하여 학문의 발전을 이뤄왔다. 그중에서도 심리학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기원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서를 봐도 창세기부터 꿈 타령이 이어진다. 꿈쟁이 요셉을 필두로 동정 마리아의 배필이신 요셉까지 수많은 꿈쟁이들과 해몽이 등장한다. 그리스어로 ‘꿈을 꾸다’ 라는 말은 ‘트림을 하다’는 말과 연관이 있으며, 트림을 한다는 것은 일을 ‘결말짓다’. ‘끝내다’ 란 뜻이 있다.

 

그러고 보면 낮 동안 활동하는 의식을 보조하여 균형을 맞추거나, 경고를 통해 수정케 하여 온전하게 하는 것은 밤에 꿈을 통해 상징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무의식이다. 그리고 이런 반쪽자리의 의식에서 통합된 의식으로의 전환은 꼭 밤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처럼 책을 읽다가 혹은 춤을 추다가, 일을 하다가, 음악을 듣다가등 매일 하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적인 일이 기도로 변하는 때가 있으니 그때가 바로 하느님의 영과 접속이 이뤄지는 때다. 이때가 바로 의식적인 기도가 관상기도로 변하는 때이기도 하다. 물론 하느님의 영은 삼손의 경우처럼 경우에 따라선 좀 더 active 할 때도 있다.

 

판관기 15:4 삼손이 레히에 이르자 불레셋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데 야훼의 영이 그를 덮쳤다. 그러자 그의 팔을 동여맸던 밧줄은 불에 탄 삼오라기처럼 툭툭 끊어져 나갔다.

15 마침 거기에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당나귀의 턱뼈가 하나 있었다. 삼손은 그것을 집어들고 휘둘러서 천 명이나 죽이고는

16 외쳤다. "당나귀 턱뼈로 이자들을 모조리 묵사발을 만들었네. 나는 당나귀 턱뼈로 천 명이나 쳐죽였네."

17 이렇게 외치고 나서 삼손은 그 턱뼈를 내던졌다.

 

기본적으로 종교나 영성은 사람을 한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운수업이다. 우리는 그런 변화(變化)를 일컬어 성화(聖化)라고 한다. 미사성제때의 성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휴거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던지 그 일을 하면서 우리의 의식이 고양되어 그 일 자체가 성화된다면 그런 것이 휴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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