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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by 후박나무 posted Sep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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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이와 반대되는 맥락에서 ‘본데없이 자라다’ 란 말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 여성 1인당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1.08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명보다 현저히 낮다. 자녀수가 적은 까닭에 아이들을 귀하게 키우다 보니 공공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무시하는 아이가 점점 늘고 있다. 정책으로 출산을 제한하는 중국에서도 '소황제'라 불릴 만큼 과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외동아이들이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됐다. 이처럼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을  '본데없이 자랐다'고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오늘과 내일을 위한 교훈으로 만든 신명기계 역사서는 분명 후손들을 ‘본 데 있게’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신명기계 역사서는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시나이 계약을 중요시하는 관점으로, 여호수아서, 판관기, 사무엘, 열왕기에 반영되어 있고, 예레미야서를 비롯한 일부 예언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명기 신학의 주제는 : 계명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에게 축복과 저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교회라는 커다란 배가 깊은 데로 나아가 그물을 내리지 않고 안전한 항구에만 정박해있으면, 할 일이 없는 배의 선원들(성직자, 수도자) 은 ‘주위에서 본데로’ 제복에나 신경을 쓰고, 배의 청소에 대한 사소한 규칙의 준수여부에 시비를 걸고 에너지를 쏟기 마련이다. 이런 환경에서 예수의 말과 행동, 존재자체는 공식적인 유대교 고위 성직자들에게 커다란 위협이었을 것이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막상 제자들은 자신들이 키 큰 나무숲에 있을 때 또 깊은 강물 속에 있을 때는 예수가 얼마나 큰 분인지,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는 예수의 선언이 얼마나 혁명적인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베드로를 위시한 제자들이 후일 이방인 그리스도교인들 과 접촉하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는 본 데 있는 공동체인가, 볼 것 없는 공동체인가? 거기서 나는 순기능을 하는가 아니면 역기능을 하고 있는가? 옆에 있는 큰 나무를 작은 나무로 여기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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