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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하느님 체험

by 후박나무 posted Jul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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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나 문화에 따라 또 각 개인의 성정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하느님이랄까 초월 혹은 'r거룩함'을 만나는 양상은 참 다양하다.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약성서의 문서예언자 혹은 대예언자들의 소명사화를 보면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가 “두렵고 떨리는 황홀한 신비” 라는 유명한 말로 집약할 수 있는 바의 뭔가가 있다. 그것은 당장 오늘 이사야가 하느님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

 

비록 나 자신도 성서가 집약적으로 그리는 소명 사화나 하느님 체험에 낯설지 않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스레 하느님의 현존에 드는 노만 맥클레인의 하느님 체험에 더 깊이 공감이 간다. 이 장면을 통해 다른 색깔의 하느님 체험을 음미해보자.

The closing scene of 'A River Runs Through It'. One of my favorite scenes of all time.

 

https://youtu.be/OsDnrFBpsBk

 

 

캐년 뒤로 지는 해, 마지막 빛줄기가 키 큰 나무사이로 들어와 강물에 반사되고, 자신의 황혼과 마주서듯 어스름에 낚시를 던지며 노만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한다.

 

젊은 시절에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들 거의 모두가 갔다.

 

아내 제시도 갔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그들과 닿는다.

 

물론 지금은 너무 늙어 어떤 친구들은 가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도 거의 매일 낚시하러 이 강에 홀로 오곤 한다.

 

어스름이 깔리는 계곡의 흐르는 강물에 홀로 서 있노라면, 모든 존재는 사라지고 나의 영혼과 기억 그리고 빅 블랰풋 강이 흐르는 소리, 낚시를 던지는 4박자의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바램만 남게 된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모든 것은 하나가 되고 강은 그 하나를 통하여 흐른다.

 

대 홍수는 강에 길을 내어, 태고로부터 강은 바위 위를 흐른다.

 

태고적의 비를 맞은 바위도 있다.

 

그런 바위밑 에는 말씀이 있고 일부는 그들 자신의 말이다.

 

나의 마음에는 끊임없이 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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