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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들쭉날쭉

by 후박나무 posted Feb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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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 달 동안 우리와 함께 생활하던 치차오가(중국인 지원자 신학생) 호주로 떠났다. 치차오를 보며 새삼 87년 루키(새내기) 신부로 미국 수도원을 방문할 때 할아버지 신부님들이 나를 쳐다보던 눈길을 더 이해하게 된다. 그래 나도 저렇게 하느님을 체험하고 부르심에 응답하던 때가 있었지. 말하자면 치차오가 나뭇잎이 푸르던 날을 생생히 리바이벌 시켜 준 셈이다.

 

루돌푸 오토는 유한자인 우리 인간이 초월자/무한자인 신의 임재를 경험할 때, 두 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1)극치의 신비에 대한 “두렵고 떨리는 마음”(tremendum majestorum)과 (2)감당하기 어려울 만한 “매혹적인 황홀한 마음”(tremendum fasinosum)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렇게 두려우면서도 끌리는 상호 모순되는 경험과 느낌을 잘 보여준다.

 

오늘 본, 이사야나 사도 바오로 그리고 베드로의 부르심은 극적인 형태를 띤다. 그야말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르심에 응답한 삶이라고 일생 모두가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봄날은 가기 마련이고 삶은 계속된다.

 

부쩍 일상의 도전이 힘겹다. 그래 복음사색을 올리는 것도 들쭉 날쭉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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